약자의 ‘적절한 대응’ 1 부담스런 이야기

며칠 전, TV 뉴스를 통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매를 맞다가,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남편을 가격해 상해를 입혔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 이 자체는 평범한 부부싸움에 불과하겠지만, 이런 일이 보도된 이유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 때문이다. 보도된 바로는 담당 판사가 남편이 머리채를 잡았으나, 일단 이를 뿌리쳤으니 위협에서 벗어난 것임에도 반격을 가했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유죄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에서 머리채 잡은 것만 뿌리쳤으면 위협에서 벗어난 거냐, 얼마든지 추가로 폭행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던 모양이다.

이 재판이 어떤 결말을 낼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이 사건에서 보여진 재판부의 발상은 씁쓸함을 넘어 섬뜩함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요즘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힘이 있는 강자의 이른바 갑질이다. 물리적 힘·경제력·권력 등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는 힘을 이용해서 약자를 괴롭히는 짓을 이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최근 유명해진 이른바 땅콩회항을 비롯해서 많은 갑질이 지탄받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는 꼴을 보면 뿌리가 깊은 현상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지탄받는 행각의 뿌리가 뽑히지 않는 것을 보면, 이번 사건에서 보여진 재판부의 태도 같은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약자의 저항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약자 중에서도 심하게 당하는 경우를 보면, 대개는 피해를 보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뒤집어 말하면, ‘10대를 맞더라도 1대라도 때려 보겠다고대응하는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 역시 비슷한 꼴을 당해보았기 때문에 경험으로 그 점을 느낄 수 있는 입장이다. 그렇게 보면 부당한 피해를 보는 약자의 대응도 쉽게 보인다.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 반발하면 된다는 해답이 나오니까.

그러나 웬만한 지능만 있으면 이런 게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알 것이다. 심하게 핍박을 받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반발을 해보기 마련이다. 그러니 반발하는 것만으로 해답이 된다면, 우리사회에 갑질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 리가 없다. 즉 약자의 반발을 아무 소용없는 짓으로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이 약자를 의미하는 들이 정말 절망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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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반발이 효과를 보려면, 사회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더 이상의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불가피하게 상대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어렵게 두려움을 이겨내고 반발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반발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금지하는 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받는다면? 약자의 입장에서는 공권력의 보호는 받지 못면서, 자신의 반발만 응징당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덧글

  • 미군주둔은 식민사관 2015/02/17 08:38 # 답글

    1999년에 미군위안부가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용의자는 당연히 미군으로 범위가 한정되어 있었죠.
    그러나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작년에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습니다.
    1992년에 있었던 사건과 비교해도 퇴보한 수준입니다.
    SOFA문제가 아니라 미군주둔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군철수를 반대하는 식민사관의 논리는 아직 극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 licmin 2015/02/17 12:01 # 답글

    저 판결이 대한민국의 수준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 零丁洋 2015/02/17 14:34 # 답글

    법이 충분히 보호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사소한 것 까지 되지도 않는 시비를 가릴려하니 이런 억지스런 판결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미군주둔은 식민사관 2015/02/17 16:00 # 답글

    한국인이 정의보다는 힘의 원리에 좀 더 치중하는 성격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미군위안부와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이중적 잣대가 좋은 예입니다. 전자는 살아있는 강대국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죽은 강대국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식민사관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미군철수를 빼놓고 식민사관 척결을 외치는 것은 사이비죠.
  • 백범 2015/02/17 21:16 #

    아니죠. 지가 불리하면 정의를 찾는게 한국인들입니다.
  • 백범 2015/02/17 21:20 # 답글

    그렇다면 "약자라는 이유로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약자라는 이유로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식으로 이상하게 동정여론을 만드는건 문제입니다. 그럴거면 법이 왜 필요합니까???

    어떤 기준, 룰에서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집니다. 아니, 그렇게 되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역피해자가 나타납니다. 약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용인해주거나, 옹호하는 것은 그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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