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첫방-역시나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는 경향 └ 잡글

방영전부터 은근히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징비록이 어제 첫방송을 내보냈다. 전작인 정도전에 대한 호평이 후광으로 작용하여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극적인 긴장감이나 드라마적 요소에 대해서는 그 방면 전문가 아닌 필자가 뭐라 할 것은 없지만... KBS 대하사극에 특별히 기대를 거는 요소인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적 재미를 조화시키는 데에는 전작에 비해 못한 듯하다.

적어도 첫방에서는 유성룡을 띄우고 선조를 무능한 왕으로 모는데 집착하여 역사적 사실을 왜곡시킨 장면이 좀 나온다. 초반에 나오는 명에 대한 사은사 문제부터. 명에 대한 은혜만 강조하는 다른 대신에 대해 유성룡이 명이 잘못한 일이다라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보아 넘기겠지만, 사은사 보내는 것이 조선의 국고를 축내는 일이라고 반대한 점은 제작진이 이 분야를 오해한 결과.

명에 사신을 보내는 것은, 자존심 차원에서라면 몰라도 실리적으로 손해볼 일은 아니다. 보내는 조공품에 비해 받는 물량이 훨씬 많았으니까. 오히려 명에서는 가급적 사신이 적게 오기를 바라고 조선에서 사신 보낼 핑계를 찾는 상황이었다. 유성룡 미화하자고 이런 것까지 바꾸는 건 역사 자체에 대한 오해를 유발할 건데.

그리고 고니시가 다치바나 야스히로 옆에 첩자를 심어 처형당하게 하는 장면도 고증에 성의가 없었다. 고니시는 소 요시토시의 장인으로 서로 협력하여 히데요시의 조선 침공을 저지하려 하던 상황이었다. 그런 고니시가 소요시토시의 가신인 다치바나 야스히로를 처형당하게 할 일은 없었다. 일본사 조금만 고증했어도 이렇게까지 묘사할 일은 없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이전에는 몰라도 소 요시토시가 왔을 때, 선조가 악착같이 사신 면담과 통신사 파견을 반대하려 했다는 식으로 묘사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선조는 대신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한 결과 만나보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은 물론, 좋은 아이디어를 수렴하려했다.

통신사 파견과 사화동 소환을 연관시켜 해결하자는 방안도 그 와중에 나온 것이고, 선조가 그 의견을 받아들이 것이다. 또 요시토시를 직접 만나 이런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숙소 담당자를 통해 요시토시의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요시토시는 당황할 일도 없었고, 조선 측의 요구를 쾌히 승낙했다. 나중에 사화동이 소환된 데에는 고니시의 지략이 작용했다고 한다. 그러니 드라마에 묘사된 상황은 실제 역사와 조금 다르다.

마지막으로 유성룡의 실제 케릭터는 자신의 주장을 그렇게 강하게 내세우는 인물이 아니었다는 점은 유념하고 보아야 할 것. 그는 가급적 자신의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히려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남의 입을 빌려 하는 편이었다. 적어도 임진왜란 전에는...

 


덧글

  • History 2015/02/15 10:18 # 삭제 답글

    이런내용이 담겨져 있었다면 훨씬 풍족한 내용이 되었을텐데
  • 블레이드 2015/02/16 09:16 #

    이런 내용 담긴 책 곧 출간 ^^;;
  • 미군주둔은 식민사관 2015/02/16 15:52 #

    박사님의 저서는 물론 훌륭하지만 좀 평범한 면이 있습니다. 조일전쟁을 주제로 한다면 한국전쟁과 비교해서 반도적 속성에 대해 살펴보고 미군철수의 필요성을 이끌어내는 것같은 획기적인 발상이 필요합니다.
    주목을 받을 겁니다.
  • 미군주둔은 식민사관 2015/02/15 10:23 # 답글

    조일전쟁과 한국전쟁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 둘 다 반도적 속성론의 좋은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국군 주둔을 합리화하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되겠죠.
  • 남해낚시꾼 2015/02/15 10:27 #

    지랄한다. 종간나새끼.
  • 미군주둔은 식민사관 2015/02/15 12:34 # 답글

    그런데 반도적 속성이라는 표현보다 강중약국(强中弱國)의 속성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로마제국을 생각할 때 반도라고 해서 다 약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강중약국의 속성은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군주둔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죠.
  • 미군주둔은 식민사관 2015/02/15 12:54 # 답글

    조일전쟁때 일본군을 물리친 건 이조해군과 의병이었지 명군은 군량미만 축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전쟁때 중국군을 물리친 건 국군이었지 미군은 짬밥만 축냈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지금은 국군이 인민군보다 전력의 우위에 있습니다.
    당연히 미군은 필요없으며 국군은 의병의 정신으로 중국군도 물리칠 수 있습니다^^
  • 2015/02/15 13:17 # 삭제

    자기는 어차피 민방위도 해제될 나이니까 남들이 죽건 말건 좋다 이건가;

  • 미군주둔은 식민사관 2015/02/16 13:15 # 답글

    식민사관 퇴치에 노력하시는 박사님께 도움이 될까 퍼왔습니다.

    <식민사관과 미군철수>
    식민사관은 일본이 한국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퍼뜨린 사관이다. 한일동조론, 정체성론, 타율성론, 당파성론, ...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도적 속성론 또는 반도사관은 한국이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에 의해 휘둘려 왔다는 것으로 타율성론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반도의 로마제국이 한때 유럽을 장악한 사례를 생각해 볼 때 반도라고 해서 반드시 이런 속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강중약국(强中弱國) 속성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불쾌하지만 한국사가 이런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 속성을 한국독립 반대로 연결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식민사관이다. 강중약국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강국에 기대서 생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사의 강중약국 속성은 현재도 미군철수 반대의 논리로 이용되고 있다. 식민사관은 현재도 살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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