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치권을 개입시켜서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굳이 정치권과의 연계를 나쁘게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작금의 사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으니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논쟁이 생산적으로 진행되려면 역사를 정치로 오염시킨 자들이 응징을 받으며, 역사를 가르치는 원칙에 맞는 역사교과서 편찬을 이루어낼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논쟁은 노골적으로 특정 이념을 내세워 천박한 논리로 상대를 매도하는 자들이 주도했고, 정치권은 이들을 지원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리고 이런 일을 벌일 만큼 벌여놓고서는, 앞잡이들이 막 뒤로 퇴장하며 조용히 다음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수순을 밟게 될지 보여주는 징조 하나가 바로 역사교과서를 국정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점이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체제로 전환시킨다는 의미는 크다. 그렇게 되면 우리 청소년들은 단 하나의 교과서로만 배워야 하며, 여기사 제시하는 역사 이외의 해석도 가능하다는 발상도 못하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역사교과서는 권력 잡은 한쪽 성향이 독점하는 체제로 돌아갈 것이다. 국사를 수능필수과목으로 한다고 했을 때부터 내막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권력이 원하는 역사를 강요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었다.
사실 원칙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방향은 좌·우를 막론하고 한쪽 편향성을 택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 권력을 잡건 역사만큼은 이념 편향 없이 원칙에 맞는 역사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나마 국정 아닌 검인정체제로 바꾼 것이었는데, 이걸 원점으로 돌리겠단다.
이런 사태는 앞으로도 역사 교과서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기 어렵게 만든다. 역사 서술을 독점하는 체제는 나중에 누가 역사교과서에 수록될 내용을 장악하느냐는 이전투구로 번지기 십상이다. 이런 싸움에 넌덜머리가 나면 국사를 필수과목에서 빼라는 압력이 생겨날 것이다. 이전에 국사과목이 필수에서 빠질 때 일어났던 과정이다. 정치적 이권 싸움에 역사와 교육이 놀아나는 꼴이며, 역사관계자들이 코앞의 이익에 집착할 때 비극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역사를 전공한다고 해도 코앞의 문제에만 집착하다가 비극의 반복을 막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인가보다.
덧글
지금은 박사님같은 소장파 학자들이 나서서 건국전후사를 솔직하게 까놓고 얘기해야 할 때입니다. 역사를 숨기고 정신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국정교과서에서 검인정교과서로 전환한 취지가 국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관의 다양성을 좀더 넓혀주자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검인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반대하니 검인정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건국정통성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반쪽짜리 일조시대역사, 반쪽짜리 건국전후사, ...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야 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은 일조시대에 한국인들이 독립운동만 한 줄 압니다.
또 이승만은 독재만 문제가 되는 줄 압니다.
나같으면 진작 차단했을건데.
차단 안한다고 시도때도 없이 지 헛소리나 지껄이면서 남 블로그에 배설해서 악취 풍기는 꼬락서니 하고는 쯔쯔쯔...
이것이 출판을 반대하는 것 아닙니까?
(1) 권력을 등에 업고
(2) 다른 교과서 매도해가며
(3) 자기들이 국정교과서로 독점하려 한다
이 세 가지 사항에 대해 근거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