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이 가족을 죽이면서 했던 말을 의심하는 것은 단순히 말이 남게 된 과정에만 의구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계백이 가족을 미리 죽여야 할 만큼 당시 백제가 비관적인 상황이었는지가 더 의심스러운 것이다. 그 근거는, 나중에 사비성이 나당연합군에게 포위된 상태에서 나왔던 태자의 아들 문사(文思)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문사가 중요한 말을 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나당연합군이 사비성으로 몰려오자, 의자왕은 사비성의 방어책임을 둘째 아들인 태(泰)에게 맡기고 웅진성으로 피신했다. 그러자 태는 이 틈에 왕위를 차지했다.
문사는 바로 이렇게 사비성이 포위된 다음 방어책임을 맡은 숙부(叔父) 태가 자기 손으로 왕관을 써 버린 상황에서 왕족을 비롯한 백제 지도층을 선동했던 것이다. 그때 했던 말은 이렇다.
‘왕과 태자가 [성을] 나갔는데 숙부가 멋대로 왕이 되었습니다. 만일 당나라 군사가 포위를 풀고 가면 우리들은 어찌 안전할 수 있겠습니까?’이 말을 그럴듯하게 여긴 왕족들이 성에 밧줄을 걸고 탈출하자, 측근들이 따라가고 여기에 백성들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사비성은 전투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황당하게 함락되어 버린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포위된 상태에서도 문사를 비롯한 왕족들이 걱정한 사태는 나당연합군에 의하여 성이 함락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포위를 풀고 가면’ 반역에 가담한 죄로 처벌당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즉 사비성이 포위된 상황에서조차 이 전쟁에서 져서 백제가 망할 일은 없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여기서 문사의 말을 의심해야 할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그의 말을 행동으로 옮긴 여파로 사비성은 어이없이 함락되고, 결국 백제가 망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문사의 말이 있지도 않은 것이었다면 사비성이 함락된 원인 자체를 누군가가 조작했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지적된 적은 없다.
- 2013/04/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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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글수 : 6
덧글
또 왕은 왜 성을 버리고 도주했나요?
당시 장수로서 전황을 낙관했다면 장수로서의 통찰력이 없는 겁니다.
요즘으로 치자면 한미동맹 파기하고 중국과 붙어도 안 질거라는 사람과 같습니다.
그런 말이 어디에 있는데?
평범한 학자라면
사비성 책임을 누구에게 맡겼는지는 정확히 안나오지만 전체 정황상 문사에게 맡겼을 확률이 높고 태가 자기 수하를 이끌고 사비성의 군권을 빼앗은 걸로 해석할텐데
역시 비범한 사람이다
이 지적에 블레이드가 내일 뭐라 할지 심히 궁금해진다
지적에 대한 블레이드의 대응 방식은 2가지
1 완벽하게 할 말 없으면 묵묵부답
2 조금이라도 복잡한 해석 여지가 있으면 궤변
한 번이라도
"아~ 내가 잘못 알았네"
할 줄을 모르니..........
문사가 밧줄타고 사비성을 탈출하기 전에 한 말은
삼촌이 스스로 왕이라 칭할 때 옆에 있은 셈이니
설령 당군이 물러나서 할아버지(의자왕)와 아버지(태자)가 돌아와도
이러나 저러나 조옷되긴 매한가지니
이럴 바엔 차라리 나가서 당군한테 항복하자
이런 뜻인데
저 말의 의미를 지맘대로 수비가 가능했다고 몰아가다니
왜곡도 어느 정도라야지
가능할 걸로 생각했으면 애초에 의자왕이 애초에 왜 도망갔겠어
기본적인 해석도 안되니.....
백제 지배층이
백제가 망할 일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하려면
저거 말고 딴 게 있긴 있다
흑치상지가 사비성 함락 후에 소환되었을 때는
뭐 별일 있겠나
당병이 항복만 받고 그냥 가겠지 싶어 자진 입성했다가
의자왕이 봉변당하는 거 보고
아! 이게 아니구나
우리 나라는 멸망하겠구나
하고 탈출해서 부흥군을 모아서 200성을 회복한 것이
블박사 논리에 어느 정도 맞다
흑치상지를 거론하면서
백제 지배층들이 백제가 멸망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으리라
주장했으면 고개 끄덕그려줄라 그랬는데
엉뚱한 자료로 저런 주장을 해대니 안시성 외에 믿을 사람이 있겠나.....
나오긴 어디 나와
고로 블박사는
거짓말쟁이거나 혹은 헛것을 보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