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의자왕? └ 잡글

어제 드라마 대왕의 꿈에서는 왜에서 돌아오던 김춘추가 계백에게 사로잡혀 사비로 끌려오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물론 실제 역사에는 이런 얘기 없다는 점, 두말하면 잔소리고. 역사적 사실이야 가볍게 무시하는 게 드라마 작가들의 특권(?)이라 할 수 있으니 일단 제껴두고.

사실이야 어쨌건 여기서 주인공인 김춘추가 죽으면 안되니 이렇게 끌려갔던 김춘추는 어떻게든 살아서 신라도 돌아가야 할 상황이 되었다. 여기서 제작진이 선택한 해법은 이렇다.

김춘추가 사비로 잡혀갔다는 사실을 알아낸 선덕여왕은 후계자로 책봉된 승만을 사절로 보냈고, 의자왕은 그 성의에 감복했다. 그래서 이렇게 신망받는 김춘추를 죽이면 백제 왕실의 권위가 추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백제 신료들이 김춘추를 포로 천명과 바꾸는 조건으로 돌려보내는 건 안될 말이라고 반대하자, 의자왕은 화를 냈다. ‘우리 백제에는 태자를 볼모로 보내서라도 인재를 구출하자는 인물이 없는 것이냐. 이게 의자왕이 김춘추를 살려 보내야 했던 이유가 된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이렇게 처리할 거면 의자왕은 뭐하러 계백을 왜로 보내 김춘추를 잡아오게 했을까? 그것도 외교 분쟁 각오하고 왜의 병사들까지 때려죽여 가면서. 신망을 얻은 김춘추를 해치는게 백제 왕실 권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드면 애초부터 김춘추를 해치려하지 말던가. 그래도 김춘추가 위험인물이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소문 안내고 하던가. 하다 못해 비담이 김춘추를 죽이려 했을 때 계백이 살려주지만 않았어도 의자왕이 부담 질 필요없이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상황으로 묘사되지 않았나?

그런데도 굳이 남이 죽이려는 것까지 갈려서 사비까지 데려와 놓고, 백제에 죄를 지었으니 죽여야겠다고 신하들 앞에서 공언해놓고 결국 살려주는 건 뭘까? 이러면 백제 왕실의 권위가 살아날까? 공연히 변덕 부려서 사방에 말썽을 씨앗만 뿌려놓은 꼴이 되는 것 같은데. 차라리 포로 천명 구하려고 그에 걸맞는 인질이 필요했다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지.


덧글

  • 좀비 2013/03/19 19:43 # 삭제 답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평범한 역사학자라면 드라마의 역사왜곡에
    혈압이 올라 안보거나
    뭐가 틀렸네 뭐가 틀렸네 지적하고 아마추어들에게 소개해 주는게
    보통이던데

    일일이 챙겨보면서 깊이 빠져서
    드라마 자체 논리를 검토하는 걸 보면....

    역사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는 문인(?)이 본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지금까지 블레이드의 글에 반론했던 다수의 사람들은
    블레이드를 역사학자로 인정하고 반발했겠지만
    생각을 바꾸어 문인(?)으로 바라보면
    다~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게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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