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가 맞지 않는 비형랑의 발상 └ 잡글

이번주로 비형랑이 사라질 모양이지만... 이 드라마 처음부텨 비형랑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조있게 헛갈리는 것이 바로 비형랑의 언행이다.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을 고집한다는 설정이니...

비형랑은 진평왕을 움직여서 원자의 정통성을 고집하라는 묘안(?)을 승만에게 제시할 정도로 원자의 즉위에 집착하는 것으로 설정되고 있다. 비형랑의 집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덕만 진영을 찾아와 원자를 즉위시켜 주면 승만의 목은 물론 자신까지 죽여도 좋단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집착을 할까? 드라마 설정으로는 귀천의 구별이 무너진 세상을 위하여라고 한다. 그런데 원자가 즉위하면 귀천의 구별이 없어질까? 조금만 따져 보아도 비형랑의 자기모순이 드러난다. 원자의 즉위로 귀천의 구별이 없어지려면 뭐가 전제가 되어야 하나? 승만과 똑같은 케릭터로 설정된 원자가 즉위한다는 사실만 가지고 신라의 신분제가 자연스럽게 무너질리는 없다. 그러면 말하나마나 왕이 된 원자가 천출임이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 비형랑의 입장을 뭔가? 원자를 즉위시키기 위해서는 천출임을 숨겨야 한다. 드라마에서도 그렇게 행동했다. 그러면 즉위한 다음에 천출임을 밝혀 신라의 신분제를 흔들겠다는 발상이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비형랑은 원자가 천출임을 밝힐 결정적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증거가 매장되지 않고 세상에 알려지게 지킬 만한 힘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자를 즉위시켜주면 자신은 죽여도 좋다? 자기가 죽으면 누가 원자의 출신을 밝혀 신분제를 흔들라고? 자신이 이끄는 귀문 부하들과 그런 논의하는 장면은 없었다. 그러면 누가? 비담이? 비담은 원자가 천출임을 밝히는 역할은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그런데 그 목적이 뭐였더라. 이를 빌미로 왕위에 오르지 못하게 하자는 거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신라 귀족 누구라도 그렇게 하려 할 것이다. 원자가 요행이 왕위에 오르고 그 뒤에 천출임이 밝혀지더라도 쫓겨나 버리면 천출인 원자의 즉위로 귀천의 구별이 없어질 리가 없다.

원자의 출신이 밝혀지지 않아 왕위를 지키는 건 귀천의 구별을 없앤다는 측면에서는 더욱 의미가 없다. 원자의 케릭터는 권력에 집착하고 아랫사람 깔아뭉개는 승만과 같은 것이니까. 그러고 보면 원자에게 즉위하면 백성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정치해 달라고 호소하는 비형랑도 속없는 사람 된다.

직접 겪은 원자의 성깔을 모르는 바도 아닌 비형랑이 호소 한마디도 승만과 꼭 같은 원자가 성군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꼴이 되니까. 이건 순진을 넘어 모자란 케릭터 만드는 꼴 아닌가? 하긴 백성들이 원자의 성격을 뻔히 알아보고 즉위 이후를 걱정하고 있는 판에 민심을 거스르는 게 아니라 뒤틀린 민심을 바로 잡는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인물로 설정해 놓았으니....

원자를 즉위시키려는 비형랑의 집착은 덕만 진영을 찾아와 원자는 진평왕의 핏줄이 맞다고 거짓말을 하는 데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것도 앞뒤의 언행과 맞춰보면 좀 우습게 된다. 비형랑은 덕만 뿐 아니라 김유신 등 여러 사람 앞에서 공공연히 원자의 즉위로 귀천의 구별이 없어지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떠들고 다닌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원자가 즉위하면 귀천의 구별이 없어지는 세상이 될까? 원자의 케릭터 설정으로 보면 원자 자신이 신분에 철폐에 나설리는 없고. 그러면 비형랑의 말은 무슨 뜻이 될까? 그것도 원자가 천출이라는 증언을 통해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판이라면. 이건 비형랑이 원자는 천출이다!’라고 떠들고 다니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이 드라마에서 비중이 적지 않은 비형랑의 케릭터 이렇게 만들어도 될는지.. 하긴 이제 죽었으니 그만이라고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대단한 것 같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케릭터 연기하는 것도 쉬울 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면 아예 생각을 접고 되는대로 연기하는 걸까?


덧글

  • 2013/01/19 17: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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