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평왕의 변덕 └ 잡글

드라마 대왕의 꿈에서는 어제 방영분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고집했다. 우선 두드러지는 것이 진평왕의 태도 변화. 승만이 원자의 탯줄이라는 것을 보이며 천출이라는 모략을 받고 있다고 울먹이자, 진평왕은 원자의 정통성을 의심하는 자는 대역죄로 다스리겠다며 진노했다.

그런데 여기서 드라마에서 설정된 진평왕의 처지를 상기해보자. 승만이 일으킨 정변으로 감금되어 학대받다가 덕만의 저항에 밀리자 신궁으로 끌려왔다고 설정되어 있지 않나? 왕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학대를 받고도 학대한 당사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승만과 한통속인 원자의 즉위를 막기 위해서라면 거짓이라도 우기야 할 상황일 텐데, 이런 처지의 진평왕이 승만의 호소 한번에 원자의 정통성을 의심하지 말라고 진노하며 비담에게 군대를 이끌고 물러가라고 명령한다니....

덕만 진영에 모인 귀족들이 진평왕의 명령을 따르느냐 마느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장면도 사실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이 드라마에서 설정한 정도의 내란이면 여기서 진 쪽은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니 무슨 짓을 해서라도 상대를 역적으로 몰아야 하며 여기에 걸림돌이 되면 왕이 아니라 누구라도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게 정상적인 권력투쟁이다. 그런데도 덕만의 앞에서 비담의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는 말을 꺼낼 수 있을까?

여기에 진평왕이 위해를 당할까봐 신궁 공격을 말려야 한다는 김춘추의 대사는 또 뭐가 될까? 당장 진평왕이 승만의 의도에 놀아가는 것 자체가 덕만 측의 처지에서 좋을 것이 없는데다가 진평왕의 안전 걱정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게 아닌데. 그런데도 진평왕의 신변과 그를 환궁시키는데 집착을 한다니..

여기에 김유신과 용춘까지 나서 비담을 저지한다는 설정이다. 오히려 권력투쟁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한 케릭터는 비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악역으로 설정되었다. 냉정하게 사태를 판단하면 나쁜 놈이라는 논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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