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신라의 정치 └ 잡글

어제 포스팅을 했던 문제, 즉 원자의 섭정을 화백회의에서 결정하자던 덕만의 제안에 대한 결과가 어제 방영되었다. 혹시 무슨 복선이 있지 않을까 해서 귀추가 주목된다고 했었는데, 결과는 역시 단순하게 처리되었다. 화백회의에서 덕만을 섭정으로 결정하자, 승만 측에서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력에 호소하는 장면으로 끝났다.

사실 화백회의 같은 제도권 합의체의 결정에 쉽게 따를 것이었다면 애초부터 상대를 역도라고 몰며 병력을 동원해 무력충돌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정치판의 생리를 보면 차라리 승만의 결정은 납득하기 쉽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가 이상할 것은 없으니까.

하지만 납득하기에는 조금 석연치 않은 장면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원자를 왕위에 앉혀 놓고 섭정은 정치적인 성향이 완전히 다른 덕만에게 맡긴다는 발상이 이런 상황에서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원자가 승만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승만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설정이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 덕만은 좀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원자를 왕위에 올리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면서, 원자와 성향이 달라 호흡이 맞을 리가 없는 자신을, 화백회의에 어머니인 승만 제치고 선택해 달라고 한 꼴이다. 화백회의 구성원이 꼭 자신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를 계속 보아 왔던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듯이, 이 화백회의 구성원은 숙흘종을 빼면 4:4가 나오게 되어 있다. 물론 드라마에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려고 그랬겠지만, 그러면 결국 술흘종이 결정권을 갖게 되는 거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이게 만약 현실이었다면, 덕만이 평생 양지만 골라 찾던 숙흘종이 이번 만큼은 자신의 편에 설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었을까?

드라마는 드라마이기 마련이지만, 이런 거 한번 따져 두는 것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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