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라마 대왕의 꿈에서는 드디어 나제동맹이 부활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덕분에 신라군이 고구려의 낭비성을 함락시켰다. 이게 역사적 사실과 상관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런데 여기서 늘 그랬던 것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가 등장한다. 신라군이 낭비성을 함락시키는 과정에서 이곳에 와 있던 백제 의자왕자가 고구려군을 속이고 신라군을 도와준다. 신라군을 도와준 이유는 간단하다. 백제 의자왕자가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
그런데 이 논리 좀 이상하지 않을까? 의자왕자가 신라와의 신의를 지키는 게 곧 백제왕실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 믿었다는 설정인데. 그렇다면 고구려와의 신의는 헌신짝 버리듯 해도 괞찮다는 논리일까? 특히 이때 의자왕자가 낭비성까지 온 것은 부왕인 무왕의 명을 받아서라고 설정이 되었는데... 의자왕자는 부왕의 명을 거역하면서까지 고구려와의 신의를 버리는 게 백제왕실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믿었다는 얘기가 된다.
신라와의 신의는 지켜야 하고 고구려와의 신의는 버려도 된다는 논리. 어째 이중잣대 같은데. 이건 주인공에 유리한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고, 불리한 것은 나쁜 것이라는 논리가 되지 않을지. 이러다가 신라가 백제를 멸망시킬 논리는 어찌 찾아낼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여기에 승만은 김유신에게 의자의 목을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걸로 설정했다. 그런데 왜? 자기가 백제 왕실에 밀지를 보내 신라의 이권을 팔아먹은 입장이 아니었던가? 백제 쪽에서 뭘 믿고 승만 왕후가 하자는대로 해주었는지도 좀 그렇지만, 이왕 거래를 터놓고 태도를 바꿔 의자를 죽이려는 승만의 논리는 뭐가 될까? 이런 사실 백제 쪽에 알려지면 어쩌려고 하필 김유신에게 그런 짓을 시키는지...
그러고 보면 의자가 고구려를 배신한 뒤, 김유신이 목에 칼을 대는데도 승만 왕후의 음모에 입을 다무는 것도 좀 이상하다. 뭐하러 승만 같은 여자의 음모에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 적어도 드라마 상에서 납득할만한 이유가 제시된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하나 더. 덕만공주가 부처님에게 바치는 제물을 긁어모아 군량미를 보내던 장면에서. 승만이 비웃었다. 어차피 중간에 불타 버리고 맛도 보지 못할 군량미라면서... 그런데 이게 어떻게 극복되었을까? 비형랑이 아이디어를 냈다. 뱃길로 보내면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면서..
드라마적 설정이겠지만, 실제로는 좀 곤란할 발상이다. 뱃길로 군량을 보내면 많은 양을 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선적과 하역을 거쳐야 한다는 문제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기 십상이다. 더욱이 경주에서 식량을 모아 지금의 수도권 부근으로 보내는 설정이 되어야 할 건데. 북한산성 방면의 신라 성에서는 승만왕후의 명령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되었으니, 근처에서 군량을 구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려워질테니. 경주 부근에서 출발하는 뱃길은 남해안 서해안을 우회하는 길이라 난점이 많다. 백제나 고구려 수군이 놔둘 리도 없고, 예상치 못한 풍랑을 만날 수도 있고. 이게 비형랑 주도아래 너무 쉽게 이루어진 걸로 설정되었다. 물론 드라마니까.
- 2012/11/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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