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귀문’의 실체 - 드라마 대왕의 꿈 └ 잡글

첫회를 보고 나니, 이 드라마가 무협지 쪽으로 방향 잡은 건 알겠다. 길달이나 김유신이 창,칼, 화살 맞고도 살아나는 터미네이터 급 부활 능력을 보이는 점만 보아도 감을 잡는데 별 지장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줄거리 중에 헛갈리는 내용들이 나오는 건 좀 그럴 것 같다. 이번 회의 경우, 줄거리의 핵심을 이루는 ‘귀문’이라는 조직의 성격이 문제가 된다. 드라마 내용을 통해 보면 귀문은 귀족들의 재산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는 ‘의적집단’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렇게 설정시켜 놓았다 하더라도 일단 도적이니 불법단체인 셈이다.

그러니 용춘,춘추 부자가 귀문의 호위를 받는다 했으니, 도적떼에 의지해서 목숨을 보존하고 있는 꼴이다. 재미 있는 점은 이런 사실을 사도태후를 비롯한 반대파에서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손을 못 대다가, 귀문 안의 배신자를 이용해서 춘추 살해 미수 사건을 일으켰다고 설정했다. 이래놓고 죄를 뒤집어 씌워 오히려 왕에게 귀문 토벌령을 받아낸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 귀족들 재산 탈취하는 도적떼라면 처음부터 귀문은 무조건 소탕해야 할 대상이 된다. 굳이 왕에게 토벌령 얻어내지 않아도 그만인 것이다. 게다가 신라 귀족들이 마음만 먹으면 귀문에 속한 인물들 불러서 만날 수도 있고, 귀문 본채가 ‘난공불락의 요새’니 ‘3천이 아니라 10만 대군 동원해도 전멸당한다’느니 하는 대사 나오는 거 보면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지도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라 귀족들이 그렇게 재산을 탈취당하면서도 꾹 참다가, 굳이 음모 꾸며내서야 토벌령을 얻어낸다는 설정이 오히려 억지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게다가 신출귀몰하는 존재로 묘사된 귀문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좀 황당하게 무너진다. 토벌군이 사방에 방을 붙이고 떠들썩하게 출발했고, 토벌군이 들이닥치기 직전에 찾아온 김춘추도 ‘목에 현상금이 붙어 있는 사람이 여유 있다’는 식의 대사를 늘어놓는다. 이 정도면 당연히 비상 걸고 여자와 어린애들 피신 시키는 정도의 조치는 취하는 게 정상일 텐데.

그렇게까지 눈치 주는데도 귀문 수장이라는 비형랑은 한가하게 바둑 두자며 여유를 잡았다. 그러다가 토벌군들이 닥치니 깜짝 놀라며 별 대책 없이 몰살을 당했다. 아무리 배신자가 앞장섰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눈치가 없어 토벌군이 오는데도 최소한의 대책도 세우지 못할 수준의 집단이 어떻게 신출귀몰한 의적 집단이 되었다는 건지.... 줄거리는 대충 짜고 눈요기로 시청률 잡는 거야 요즘 시류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납득이 가는 스토리가 전개되어야 공영방송 체면이 서지 않을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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