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생리 - 수장의 자리 1 부담스런 이야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고대사 분과에서 일어났던 문제 하나에 대해 포스팅을 올렸더니, kkk라는 비로그인 유저가 당시 위원장이셨던 조광선생을 비난한 것처럼 몰아갔다. 조직의 생리를 몰라서 이러는지, 아니면 작정하고 이간질이라도 시키자는 의도인지 몰라도, 재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의도 왜곡해 퍼뜨리게 되는 결과는 마찬가지다.

사실 조직사회라는 게 어떻게까지 돌아갈 수 있는지 경험해보지 못하면, 속 모르는 소리 하기 십상이다. 특히 수장 자리에 앉으면 갑자기 전지전능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는 사람도 많다. 물론 이런 건 뭘 모르는 자들이 제멋대로 상상하는 그림일 뿐이고, 실제로 그 자리 앉아보면 말 못할 고민 많다.

몰라서 속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뻔히 알면서도 속아줘야 하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의 위원장 자리, 이런 일 심하게 당하는 자리에 속한다. 사실 하나하나가 황제처럼 구는 교수들 모아놓은 위원회에서 위원장이 뭘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문 분야라는 게 늘 그렇듯이, 아무리 말 같지 않은 주장이라도 자기들끼리 바람 잡아서 들이밀면, 위원장 아니라 대통령이 와도 손대기 어렵다.

특히 특히 성과 발표의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각 분과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여과없이 언론에 흘러 나아가는 걸 막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아래서 제멋대로 만들어 낸 일이라 하더라도, 위원장이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런 수장 자리 맡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바가지를 각오하지 않으면 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와 가까운 어른을 비롯해서, 내막 아는 원로들 상당수는 이 자리 제안이 들어와도 고사했다고 한다. 그 얘기 눈 앞에서 들었다. ‘뭐 하러 생기는 것도 별로 없이 바가지나 쓰는 자리 맡겠느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광선생께서 굳이 그 자리 맡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당시는 안 그대로 역사 연구자들이 어려워하던 시디다. 그런 판에 조금아니마 연구비 지원을 받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일부에서 문제를 일으며 그 때문에 비난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싫어 아무도 안 맡게 되면 통째로 지원을 날려 버릴 수도 있었다.

조광선생께서 굳이 그런 감투 쓰게 된 데에는 이런 점이 작용했던 걸로 알고 있다. 원래 신부가 되려 했던 분이라, 십자가 지는 걸 마다 하지 않는 성향이다. 현실적으로는 냉정하게 그런 자리 피해 버린 분의 선택을 따르는게 좋겠지만, 인간적으로는 바가지 감수하고 자리 맡아주는 분에게 끌린다. 장본인께는 별 거 아니겠지만, 그래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몇 안되는 원로 중 한분으로 여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