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놀박 문제 해결!! 부담스런 이야기

몇 년 전 시간강사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사회에 놀박(노는 박사학위소지자)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된 적이 있다. 나 자신부터 해당되는 일이라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회문제였지만,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의 상황변화를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얼마 전 모 연구소에서 프로젝트 실무를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 팀을 꾸리게 된 것이다. 그러자면 유능하면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놀박를 찾아 팀을 짜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그래서 마침 열린 학회에서 아는 교수들에게 유능한 사람을 소개받으려 했다.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반응을 보았다.

“좋은 기회인 것 같기는 한데, 놀박이 없네요.”

이후에도 몇몇 아는 교수들에게 연락해봤지만,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3,4년전만 하더라도 교수들마다 우리 아이들 써 줄 데가 없느냐고 찾았던 터라 팀을 꾸리는 데에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충격이었다. 더구나 그 이유가 의미심장했다.

그동안 학계, 특히 인문학 분야의 참담한 현실을 본 학생들이 박사과정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왕에 들어왔던 학생들도 학위를 받는데 힘을 쓰기보다 임시직이라도 일단 자리를 잡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별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취업과 관련이 없어 이 변화에 둔감했던 게 곤란을 겪게 된 이유인 것 같다. 어째 웬일로 프로젝트 실무가 내 차례까지 돌아온다 싶었다.

여기에 한 교수분에게 몇 가지 충고(?)도 들었다. 급하다고 아무나 쓰면 애먹는다는 것. 최근 심하게 데이고 나서 프로젝트 추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단다. 아예 필요한 일을 해낼 능력이 없어, 자신이 다 뒤집어 썼다고 한다. 그 꼴을 보면서도 뭐라 하지도 못했다는 말이 더 충격적이다. 박사를 받았는데도 글을 쓸 능력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숨을 쉬며, 앞으로 정말 필요한 일을 하려 해도 필요한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연구 기반 붕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사실 오래전부터 이런 사태가 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

당장 급한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공개적으로 모집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급구. 한국 근대 정치사 전공 놀박. 성실하고 유능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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