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조작에 대한 추억 2 부담스런 이야기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 아직도 철이 없어 세상에 기대가 많았던 필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그런 터무니 없는 거짓말을 퍼뜨릴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이랬다. ‘그렇게 억울했으면 왜 베꼈다는 말이 돌았을 때, 당사자에 대해 아무 반격이나 변명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교훈을 얻은 필자는 이후 입만 열면 거짓말 퍼뜨린 교수를 비난하고 다녔다. 그랬더니 어찌 되었을까? 표절 혐의는 쉽게 벗었지만, 그 대가는 더 처절했다. 이때 붙은 타이틀이 의미심장하다. ‘선학을 욕하고 다니는 건방진 자’ 여기에 ‘입에 담을 수 없는’ 정도의 수식어만 붙어도 위력은 배가된다.

이것만으로도 필자의 ‘교원 자질’에 대한 평가는 내려졌다. 덕분에 그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의 실업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게 바로 ‘팩트’를 조작해내는 고전적 수법이다. 처음에는 자기들이 만들어낸 터무니 없는 모략으로 시작했지만, 여기에 저항하다보니 나중에는 빼도 박도 못하는 ‘팩트’가 생겨버린 것이다. 나중에 말이 엄청 보태져서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어쨌든 ‘선학을 욕하고 다녔다’는 팩트는 사실이니까.

그러니까 학계 기득권층은 여기서 상당히 중요한 교훈을 준 셈이다.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곱게 당해주지 않으면 더 심각한 팩트를 만들어내 확실하게 매장시켜줄 수 있다는 점. 필자에게 그때 참았어야 했다고 충고(?)하는 사람 많다. 만약 그랬으면 어찌되었을까?

그냥 논문 표절한 놈으로 조용히 매장당했을 거라는 점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결과는 어차피 마찬가지다. 표절꾼으로 매장되나, 선학들 욕하고 다니는 놈으로 매장되나. 요즘 영화가 양쪽 가능성을 다 보여준 것 같다. 참았으면 ‘도가니’가 되는 거고, 참지 않으면 ‘부러진 화살’이 된다. 권력 잡은 자들에게 찍히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교훈이다.

물론 그런 짓 하고 다녔던 교수님들은 그 뒤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재임용에 어려움 겪었다는 말도 못들어봤고, 오히려 국가의 중요한 자문 자리 차지하고 다니면서 승승장구했다. 참. 아주 최근에 들어와서는 나대기 좋아했던 당사자 H대 김교수가 조금 조용히 지내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건 별개 문제가 작용한 거고...

김명호 교수라고 특별한 경우 같지는 않다. 당장 여기 덧글 다는 작자들 행태를 보면 그대로 재현되고 있지 않은가? 팩트의 조작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그러니까 석궁 가지고 가서 테러 한 게 잘했다는 거지?’라며 트집잡고 늘어진다. ‘학자라는 자가 추측으로 운운’하는 글도 올라온다.

이런 식으로 몰아대면 웬만한 성인군자라도 죽일 놈 만들기 쉽다. 역으로 여기 덧글 단 작자들만 하더라도, 그들이 김교수 같은 심판대에 오른다면 여기 올린 글에 자기들의 수법대로 약간의 과장과 말꼬리 잡는 것만으로도 ‘교원 자질 없는 자’ 만드는 건 쉽다. 그러니까 그런 자들은 항상 파렴치한 짓을 닉네임 뒤에 숨어서 하는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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