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화2 └ 성고선생 칼럼

어떤 사상이 교조화(敎條化) 하여 독선적으로 될 때 갈등이 고조되었다. 이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고려말에는 불교가 교조화 되어 나라가 망했고, 조선은 주자학이 교조화 되어 나라가 망했다. 조선 초기만 해도 주자학이 독선적인 지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불교와 무속의 세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퇴계와 율곡 등의 학자들이 주자학 이론을 깊이 연구하고 우암(尤庵) 송시열이 주자학지상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주자학이 독선화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불교나 도교, 무속은 물론 같은 유학 안에서도 주자학과 다른 이론을 가지고 있는 양명학(陽明學)조차도 이단으로 몰아 부쳤다. 주자의 경전해석과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은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아 파문했다. 이에 사상계가 경직되어 서양세력이 들어올 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말 주자학들의 위정척사(衛正斥邪)운동이나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서세동점(西勢東漸)의 물결을 타고 서양세력이 들어오면서부터 종교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기독교는 유일신을 믿는 종교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은 모두 이단으로 여겼다. 인간을 신앙하는 동양종교는 모두 우상(偶像)을 믿는 것으로 여겨 배척한다. 부처님 코에 십자가가 그려지고 단군상의 목이 잘린다. 그리하여 심심찮게 종교 간에 갈등이 생긴다. 기독교가 가는 곳에 전쟁이 그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서양 중세는 신교와 구교의 종교전쟁의 역사이고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국과 회교국 사이에 전쟁이 그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종교 간의 화합과 조화가 시급하다. 종교는 사람을 잘 살게 하기 위해서 생긴 것이지 사람을 배척하고 죽이기 위해 생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종교가 독선화 하면 사회에 갈등이 생기고 종국적으로는 나라가 망한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외래의 종교나 사상은 과거 우리 역사에서 있었던 것처럼 전통 종교․사상과 조화를 이루어 토착화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보다 발전적인 우리의 새문화를 창조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은 외래문화를 수용하는 데 개방적이었기 때문에 고급문화의 수입선도 다양했다.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당나라의 귀족문화를 수입했고, 대몽항쟁 이후에는 원나라의 세계문화를 수입했다. 이 두 문화를 150여 년 동안 조화하고 소화하여 세종 조의 황금문화를 이룩한 것이다. 그리고 사대부들이 송나라의 주자학을 도입하여 16세기 이후에는 한국적인 주자학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서양세력의 도래로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 고급문화의 수입선이 중국으로부터 서양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여 서양문화를 일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문화의 종속이 강요된 것이다. 그 후 미국에 의해 일제에서 해방되었으므로 서구문화지상주의가 팽배해지고 문화의 수입선이 미국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전통문화를 주체적으로 정리하여 스스로 독자적인 현대문화를 창달할 기회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일을 해야 할 것이며 이것은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21세기 세계화, 정보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자기문화가 없는 국가나 민족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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