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장면 - 드라마 광개토태왕 └ 잡글

어제 드라마 광개토태왕에서 한번 생각해 보는 편이 좋을 장면들이 나온 것 같다. 먼저 담덕 태자가 고구려 유민과의 대질 심문을 통해 혐의를 벗어나는 설정부터 문제가 되는 듯하다. 특히 조금 뒤에 이어지는 장면과 잘 맞아 들어가기가 어려워진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후연 황제는 사건의 배후에 자기 아들인 태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사건을 덮어버리는 걸로 설정했다. 그래서 담덕 태자가 ‘당신의 양심은 거기까지요?’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방백으로 처리했다.

그렇다면 그런 양심을 가진 사람이 ‘저 사람에게 지시 받은 게 아니다’라는 고구려 유민의 증언 한마디에 바로 혐의를 벗게 해주었다는 설정이 이상해지지 않을까? 실제로 지시를 받았다고 해도, 그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담덕태자가 끔찍한 꼴을 당해야 할 것을 뻔히 아는 고구려 유민들이 후연 황제 앞에서 자기네 태자를 범인으로 지목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러니 담덕태자를 감싸기 위해 오리발을 내민는 거라고 몰아가도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러니 이런 입장에 있는 고구려 유민들의 증언 한마디에 그 자리에서 황제 시해혐의를 벗겨준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사실 후연황제 모용수가 담덕의 혐의를 벗겨주려 했다면 굳이 고구려 유민과의 대질 심문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을 노리고 들어오는 칼날을 담덕이 맨손으로 막아주는 걸 후연황제가 자기 눈으로 똑똑이 확인한 것으로 설정했다. 바보가 아닌 바에가 그 장면으로 보면, 적어도 담덕이 자신을 죽이려고 일을 꾸민게 아니라는 점 정도는 감을 잡아야 정상이다.

실권없는 황제로 설정된 것도 아닌 황제 모용수가 가장 확실한 증거를 자기 눈으로 확인해놓고도 혐의를 풀어주지 않아, 온갖 사단이 다 나게 해놓고 뒤늦게 믿을 수도 없는 고구려 유민의 증언이 있다고 그 자리에서 풀어주었다는 설정인 셈이다. 등장인물들을 좀 이상한 사람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드라마를 역사적 사실에 맞게 쓰지 않았다고 뭐라 하자는 뜻은 없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상황을 바로 역사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확인차원에서 밝혀둔다. 고국양왕 말년에 고구려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기록은, 적어도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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