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를 위해서 왕자의 죽음을 숨겨라? └ 잡글

드라마 광개토태왕 어제 방영분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장면이 많이 나온 것 같다. 담덕왕자를 암살하려 한 게 후연 사신단이라는 증거가 나왔을 때 고구려 국상이라는 사람이 보인 반응이 발단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후연과 전쟁이 날 터이니, 고구려와 백성을 위하여 숨겨라! 왕정체제에서는 모든 것이 왕을 중심으로 한 왕족 위주로 돌아가는데. 이런 체제에서 백성들 고생할까봐 왕도 모르게 왕족 살해사건을 숨긴다?

드라마 자체에서도 인정했듯이 이거 대역죄다. 거기에 비밀을 철저하게 지키기도 어렵다. 드라마 속 장면에 등장한 사람만 해도 10명 가까이 되던데, 3명 이상이 알면 비밀이 아니라는 속설이 있다.

국상이라는 사람이 뭐하러 지켜지기도 어려운 비밀을 걸고 이런 모험을 해야할까? 백성을 위해서란다. 전쟁나면 백성들 다치니까. 당시 이렇게 자기 목숨 걸면서 백성을 걱정하는 재상이 있었다는 사실이 감동으로 들어올까?

후연 태자의 행동도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게 굴욕적인 태도를 보여서까지 고구려와 북위의 동맹을 막으려했던 사람 아닌가? 그런데 북위 사신이 돌아가지도 않았는데, 배상 해줄 생각 없다고 베짱을 튀긴다. 이 말 한마디에 고구려쪽에서 ‘그럼 그냥 가세요. 우리는 북위하고 잘 해볼께요.’라고 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베짱 튀길 바에는 뭐하러 굴욕을 감수했는지 모를 일이다. 거기다 배상 얘기는 뭐하러 꺼냈을까? 합의해주고 돌아가서 오리발 내미는 거야 드라마 대사에 나왔듯이, 북위와 동맹 막는 목적 달성한 다음이니 그럴 수 있겠다 치더라도 이렇게 북위사신 돌아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태도 180도 바꾸면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처음부터 배상을 거론하지 않는 편이 배신감이라도 느끼지 않게 해주었을 텐데.

이렇게 된 이유가 애초부터 담덕왕자 암살을 숨기려는 국상의 의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였던 것 같다. 후연 사신이 암살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배상금 합의서에 도장 받는 데에 이용했다는 설정 말이다. 시청자들에게 ‘다 나라를 위해 그런 거니 국상의 입장도 이해하라’는 메시지 같은데.

무리한 것 같다. 며칠 전에 한 말을 돌아가기도 전에 말 바꾸는 사람에게 배상금 합의서 도장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믿을 수도 없는 도장 하나 받자고 왕자 암살 사건을 덮으려 했다?

거기에 이제 후연 사신단에게도 자신들이 왕자 암살에 대해 감 잡고 있다는 걸 알리는 꼴이 되지 않았나? 후연태자가 드라마에서처럼 그냥 화만 내는 바보라는 설정이 또 설득력 떨어진다. 사실 이 자체가 후연태자 입장에서도 고구려 국상 약점 잡은 꼴이 되는데.

그리고 간단한 거 하나만 더. 담덕 왕자가 노예로 팔려갔다는데. 발견되었을 때는 원래 입었던 옷이 어느새 바뀌었다. 그런데 누가 발견해서 어찌 그렇게 만들었는지 설명이 없지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복장 보면 지체높으신 분인거 알텐데 그렇게 값싼 노예로 팔아먹을 생각을 할까? 훨씬 비싸게 이용할 방법도 많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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