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와 국립박물관 └ 성고선생 칼럼

국립박물관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유물․유적을 통해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데 목적이 있다. 과장되거나 조작적이어서는 안 된다. 말하는 자료인 문서․문헌과는 달리 말하지 못하는 유물․유적은 해설이 필요하고 그 해설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간혹 사대주의나 민족주의 때문에 해설이 편파적인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당장에는 관람자들을 속일 수 있지만 종국에 가서는 그 정체가 들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유물만 전시해서도 안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료들도 곧 발견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다가마스(高松) 총(塚)을 보라!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온 도래인(渡來人)의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일본고분을 고의적으로 발굴하지 않다가 나무꾼에 의해 이 무덤이 발견되지 않았나?

한편, 국립박물관은 처음부터 고고․미술사박물관으로 출발했다. 그렇다면 따로 역사박물관을 설립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사박물관은 없다. 다만 서울 시립박물관이 조선시대 유물을 중심으로 한 도시역사박물관의 성격을 띄고 몇 년 전에 설립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를 가지고는 미흡하다. 각 국에 역사박물관이 중앙과 지방에 산재해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니 독립적인 국립역사박물관이 생기기 전에는 국립박물관이 역사박물관의 역할을 겸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립박물관 직원이 고고․미술사 전공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역사박물관을 겸하기는 쉽지 않다. 용산에 새 박물관을 지을 때 역사관을 따로 둘 것을 심각하게 논의했으나 자료관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국립박물관은 고고․미술사 전공자들의 철밥통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럴 요량이면 국립역사박물관이 따로 마련되어야 한다.

유물을 시대별로 정리하다 보면 고고․미술․민속․문화를 부문별로 정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문화 각 분야의 시대구분이 역사의 시대구분과 다를 수 있고, 유물의 양이나 성격이 시대사에 맞게 정리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정리 기법을 개발하면 어렵기는 하나 조화 있게 전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한 유물이 구미에 맞게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부문은 너무 많이 남아 있고 어느 부문은 유물이 없어서 구색을 맞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럴 경우는 설명자료나 영상자료를 보충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맥락과 전시의도를 나타내 주는 설명문이 일목요연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이것은 연구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박물관에 연구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국립박물관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벨트를 개발해야 한다. 국립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시립미술관과 경복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덕수궁), 종묘, 사직단, 가회동 한옥마을 등을 연결하는 문화벨트를 활성화해야 한다. 짧은 시간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쉽게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친절한 안내와 해설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문화유산 해설사를 수준 높게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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