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사학계와 재야, 누가 더 큰 피해를 줄까? 부담스런 이야기

자기만의 도그마

사실 이번 포스팅은 논쟁이라고 보다 중요한 현안에 대해 논의를 한다는 편이 옳을 듯한데.....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은 글 말미에서 풀기로 하고....

이왕 뜨거운 주제가 되어 버린 것 같으니, 몇 가지만 더 따져 봅시다. 덧글 중에 기성 사학계는 무슨 피해를 주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 김에. 또 선생님께서도 ‘이덕일은 수십만 권의 책을 팔았고, 박영규의 황당한 고대사 책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역사학자들이 이런 대중서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있기는 한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이 영향력도 힘도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큰 착각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만, 정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 수 있습니다.’라고 했지요.

이런 영향력이 크게 보이시나요? 문제라면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권위를 인정받는 교수님들께서 주는 영향력과 비교해 볼 생각은 안 해봤나요? 이덕일씨 책 많이 팔았다지만, 대개는 산 사람들이 또 사는 경우가 많아서 고정 독자는 한 2-3만 된다고 합디다. 더 된다고 해도 뭐 근본적인 차이는 아니겠지만. 박영규씨 엉터리 고대사 책이 아이들에게 많이 팔렸다구요. 뭐 일단 문제라고 칩시다.

그런데 말입니다. 박영규씨 책을 읽은 어린 아이들 전부가 어른이 되도록 그 책대로 생각할 까요? 어차피 학교에 가면 다르게 배울 건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박영규씨와 선생님이 가르친 것 중 어느 쪽을 더 머리 속에 두고 살까요? 이덕일 씨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무리 골수팬이 많다고 해도 교주처럼 따르는 사람 만명 단위 안 넘을 겁니다.

이에 비해 우리 아이들이 피해갈 방법도 없이 배우는 교과서 집필, 유사역사학 하는 사람들에게 맡깁니까? 그런 교과서에다가 일제식민사학자에게 배운 내용 그대로 쓰는 사람 있습니다. 유사역사학 하는 사람들 영향력이 점차 커져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은 비교가 안 될 텐데요.

여기서 중요한 차이 못 느낍니까? 유사역사학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은 자기들이 좋아서 쫓아다니는 사람들에게나 생길 수 있는 겁니다. 반면 제도권에 있는 교수들은 법과 제도를 통해 원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논리를 강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세뇌가 돼서 기성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모두 검증이 돼서 믿을 수 있는 것이며, 이것과 맞지 않는 논리는 모두 ‘유사역사학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역사학계의 문제는 자기들끼리의 문제일 뿐’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 듯 한데, 이런 인식이 얼마나 한심한 건지 못 느낍니까? 적어도 역사문제에 관한 한, 여기서 결정된 문제는 국가와 공공기관의 권력과 권위를 등에 업고 관련된 각종 컨텐츠에 반영되어서 국민들에게 사실상의 강요나 다름없게 제공됩니다.

검증의 강도도 차이가 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역사학자들이 이덕일 씨 같은 사람 비판하는 거 못보셨다구요? 얼마 전 역사스페셜인가에서 정조어찰에 대해 크게 다루었는데. 그거 이덕일씨 출세작인

사도세자의 고백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나 다름이 없는 건데요. 물론 이것만 가지고는 비판이나 검증이라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역사학계의 비판이라는 게 원래 남들 잘 못 알아듣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밖에 있는 사람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이덕일씨 같은 사람 눈치 보느라고 비판 못하는 건 아닙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또 미루어야 하겠지만, 권위 있는 교수들에게는 얼마나 눈치 보는지 압니까? 며칠 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뒤에서는 국편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되지도 않는 소리 해댄다고 욕하는 사람 있었습니다. 사실 말 안 되는 내용이라는 거 아는 사람 다 아는 상태고, 국편 직원 중에서도 위원장의 행태에 불만 있는 사람 있습디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조금만 많이 모인 회식자리만 하더라도, 훌륭한 발표해서 자리 빛내주었다는 찬양 일색입디다. 하긴 이런 양반에게 잘못 보이면 평생이 피곤해질 테니까. 블로그에 험한 소리 올린 저 자신부터도 분위기 깰 엄두가 나지 않더라구요.

역사 학계 여론 좌우할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이덕일씨 눈치 이 정도까지 봅디까? 아무리 영향력이 있어도 개인 단위에 불과한 이덕일, 박영규 같은 사람들과는 비교가 안되죠. 같이 엉터리 역사학을 한다고 했을 때, 어느쪽의 피해가 더 클까요? 굳이 계산해 볼 필요도 없을 거 같은데.

기성사학계가 무슨 피해를 주겠느냐는 말을 들으니까 6-70년대 언론이 생각나네요. 사회비리 고발한답시고, 좀도둑들이나 열심히 잡아대면서 정말 큼직하게 국민들 피 빨아내던 큰 도둑들에게는 찍소리 못하던 작자들 말입니다. 오히려 권력자들에게 저항하면 ‘극소수 몰지각한 인사’들로 몰아대는데 앞장서기도 했었지요. 언론사 운영해보셨으니 잘 아시겠지요? 아직도 스포츠투데이인가를 운영하고 계시나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유사역사학이라고 이름을 붙이던 말던, 문제 있는 논리에 대해 비판하는데 대해서 뭐라고 한 적 없습니다.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얘기지 ‘내가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다 집어치우고 따라오라’는 식으로 얘기한 적 없습니다. 마치 그런 소리 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까?

당장 이번 덧글과 포스팅 일부에도 환빠 타령이 나오네요. 내가 환빠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유사역사학 하는 사람들이 제 논리를 멋대로 인용해서 오해산다는 거, 대충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당사자가 무슨 얘기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환빠로 몰아가는 건 또 뭐하자는 작태입니까? 그런 자들 스스로가, 그렇게 욕을 해 마지 않는 환빠와 기본적인 행태가 다른 것 같이 보입니까? 유사역사학 비판도 좋지만, 그 비판 팔아 황당한 짓 하는 작자들도 한번 돌아보시라는 겁니다.

저 자신도 내 글이 멋대로 인용되어서 오해 사는 거야 기분 좋은 일이 아니지만, 블로그 운영 경험도 일천한 상황에서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응할 수도 없고, 법적인 책임을 물을 상황도 아닌 것 같고, 방법도 몰라서 그대로 있습니다. 하긴 대학 총장님이신 이종욱 선생 논리도 그렇게 되어가는 상황에서 제 정도 수준에서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저 꾸준히 포스팅 하는 내용을 보면 쉽게 환빠하고 상관있는 내용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만 믿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몇 가지 곡해는 풀어야 할 듯한데, 우선 "아무리 말 같지 않은 주장을 해도 문제될 것도 없다"라고 했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요. 직접 인용하셨지만, ‘ 유사역사학도 아니고 문제될 것도 없다는 식으로 들릴 소지가 충분하지 않습니까?’ 라고 해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는 게 좋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조금 흥분해서 잘못 읽으신 듯 한데....

또 선생님을 유사역사학(선생님 말씀대로 옮기면 "환빠")으로 몰았기 때문에 분노하셨다고 한다면, 이 말 자체가 여태 이희진 선생님이 하신 말씀과 달라집니다. 환단고기에 한정되어서 유사역사학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유사역사학 비판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이희진 선생님이 유사역사학이라는 말과 관련이 된다고 비난받을 수 있겠습니까?

부분도 다른 분이 말한 취지를 인용한 것이 이상하게 전달된 것 같네요. 이 내용은 ‘나의 인적없는 갈대밭’인가로 기억하는데, 여기서 유사역사학을 하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막말하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제 말은 이에 대응해서 ‘그게 잘못이니, 이른바 환까들이 막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잘못 아니겠느냐’는 취지로 그들이 제게 했던 막말을 사례로 든 것인데, 마치 나를 유사역사학으로 몬 것만이 문제인 것처럼 인식된 것 같네요.

사실 그냥 넘어가도 될 수 있는 문제지만, 굳이 오해를 풀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포스팅은 우리 두 사람만이 보는 것이 아니라 제법 많은 사람들이 봅니다. 아무리 열심히 오해를 풀어도 제멋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나오게 마련이지만, 이런 오해를 최소화 하는 것도 필요한 듯해서....

또 얘기가 길어지고 있네요. 사실 한번 만나서 예전처럼 식사하며 부담없이 얘기 나누는 편이 좋은데, 바쁜 분에게 시간 내달라는 것도 실례가 되는 세상이라. 최희수 씨 상 당했을 때,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필 이종욱 총장님 상과 겹치는 바람에... 같은 병원인데도 제가 운구해야 할 입장이라 자리를 뜨지 못해 못 들렀네요. 살다 보면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지라....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겠지요.


덧글

  • ㅇㅇ 2011/05/06 10:25 # 삭제 답글

    재야계의 유사역사학의 영향력이 적다고 그에 대한 문제가 사라지는건 아니지요
  • WeissBlut 2011/05/06 11:15 # 답글

    그놈의 식민사학 어쩌고 언급좀 하지 말라고요 ㅡㅡ 기성사학계가 식민사관에 물들어있다는 의견은 근거도 없는 헛소리 아닙니까
  • 나프탈렌 2011/05/06 12:47 # 삭제

    근거도 없는 헛소리라니?
    얘는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요런 애들이 있어서 사회는 참 암울하게 돌아가는 것이지.
  • WeissBlut 2011/05/06 13:07 #

    근거를 대보시라니까
  • 월광토끼 2011/05/06 13:12 #

    에.. 그런데 혹시나 오해하실지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만 블레이드님은 사학자십니다. '재야'가 아니라.
  • WeissBlut 2011/05/06 13:26 #

    읭 그러신가요. 근데 그거랑은 별개로 솔직히 한국 주류사학계가 아직도 식민사학이라는 의견은 솔직히 받아들이기가 힘드네요.
  • 월광토끼 2011/05/06 13:38 #

    블레이드님의 '식민사학'이란 표현은 쿠투넷 환빠 나부랭이가 씨부리는 '식민사학'과는 좀 다른 관점과 의미를 가진 표현이라.. 좀 행간을 가려 읽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바이스블루트님이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초록불님의 포스팅과
    쇼님의 포스팅 (http://shaw.egloos.com/3497282)을 읽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 소심쟁이 2011/05/06 14:57 #

    이게 참.. 뭐랄까요. 양쪽 진영(?)에서 블레이드님의 식민사관비판을 자기입맛에 맞게 생각하는 게 있는 듯 합니다.
  • 세실 2011/05/06 11:29 # 답글

    초록불님도 트랙백으로 말했듯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단사학계의 유사역사학적 문제의 경우, 일반인은 접근도 힘들 뿐더러 논박 역시 일반인의 수준에서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것은 기존 학계에서 철저한 검증과 논증을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마찬가지로 재야사학계의 유사역사학적 문제의 경우, 기존 학계에서 신경쓰기엔 너무나도 광범위하며 저열한 수준의 논쟁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이런 문제는 많은 재야 사학자들의 논박이 더 필요하겠지요.

    소 잡는데 닭 잡는 칼은 쓸 수 없고,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은 낭비이듯이, 왜 이쪽에는 신경쓰지 않느냐고 지적하기 보다는,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면 될 듯 합니다.

    선생님의 최초의 글이 '주의의 환기'라는 의도는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 박구위瓠公 2011/05/06 12:04 # 답글

    글을 쓰다가 마신건지... 아니면 짤린건지...
    아니면 제 머리가 나빠서 이해를 못하는건지...

    "그거 이덕일씨 출세작인...." 이러고 끝나네요...
  • 월광토끼 2011/05/06 13:13 # 답글

    중간에 오류가 발생했는지 짤려있습니다..
  • 월광토끼 2011/05/06 13:43 # 답글

    블레이드님, 또는 이희진 선생님, "유사역사학"의 해악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해외의 저명한 사례가 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간이 혹시 나신다면 아래 글도 한번 읽어 보시는게 어떨지요.
    http://kalnaf.egloos.com/3099706
  • 我田引水 2011/05/06 17:00 # 답글

    저번글은 저도 공감하는 바가 있었지만 이번 글은 아니군요..

    "어차피 학교에 가면 다르게 배울 건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박영규씨와 선생님이 가르친 것 중 어느 쪽을 더 머리 속에 두고 살까요? " 라고 하셨습니다만,

    공적 권위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이 기존의 제도 교육내용에 대해서 가지는 불신감은 상상 이상입니다.

    반면 민족주의적 자부심을 자극하는 역사관은 사회적으로 베스트셀러죠.
    몇몇 역사서만을 언급하시는데 역사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더 큰 자극을 주는 매체는
    드라마와 역사소설, 만화 등입니다.
    잘못된 역사관에 바탕을 둔 저러한 대중문화적 소비재들이 어마어마하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학생들은 물론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저러한 불신감과 허황된 민족주의가 결합해서, 학생들이 입맛에 더 맞는 환타스틱?한 역사관을
    별다른 근거없이 신뢰하는 요상한 상황에 있다고 봅니다.
    슬프게도 서울대 졸업생들조차도 적지 않은 수가 저러한 허황된 역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졸업을 합니다..ㅠ.ㅠ 이건 제가 보고 겪은 일이라..그들이 사회에 나가면 또 이를 확대 재생산하겠지요..

    이런 이유로 재야사학의 몇몇 이상한 역사관의 해악을 과소평가하시는데 동의할 수 없습니다.
  • 트윗덱 2011/05/07 01:19 #

    저도 본문의 저 대목을 보고 흠칫 했는데, 잘 정리해 두셨네요. 전체적으로 공감합니다.
  • caffeine 2011/05/07 01:36 # 삭제

    비단 서울대 뿐이 아닙니다;;
    사학계 안에서는 블레이드님의 말씀대로 재야사학계의 몇몇 이상한 역사관의 해악보다 식민사학의 영향력이 더 클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반적인 사회의 젊은층에서는 소위 좀 배웠다는
  • 블레이드 2011/05/07 09:15 #

    비교급 표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지요. 나는 유사역사학의 폐해가 없다고 하는게 아니라, 피해를 주는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이래서 또 포스팅 할 일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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