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육강화 정책 토론회의 또 다른 발표 -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부담스런 이야기

4월 12일 열린 국사교육강화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된 또 다른 내용 역시 국사학계에 그렇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성균관 대학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이신철 연구원의 ‘교육과정의 혼란과 역사과목의 폐지’라는 발표가 그것이다.

이 발표의 주요 내용은 2009년 이래 교육과정이 졸속으로 개편되면서 역사교육이 위축되기 시작하였고, 여기에 역사교육을 자신들의 선전에 악용하는 집단이 가세하면서 파행을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이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뜻도 된다. 역사과목이 폐지되는 교육과정 개편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알만한 사람 다 아는 진부한 얘기일 뿐이다. 문제가 있었으니, 지금 불거져 나온 것 아니냐는 퉁명스런 반응 이외에는 돌아올 것도 없을 듯하다.

그러면 비중은 또 다른 핵심인 ‘역사교육을 자신들의 선전에 악용하는 집단의 가세’가 되겠다. 결국 이것 때문에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시키지 못해 역풍을 맞는다는 논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부메랑처럼 돌아올 논리 같다. 역사교육이 악용되지 않게 하려면, 당연히 내용의 검증장치가 필요하다. 시비가 붙는 사안마다 제대로 된 논쟁이 이루어지고 이 내용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차 강조되어 왔듯이, 바로 역사학계 안에서조차 이 과정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사실 역사학계 내부의 검증과정이란 여기 역사밸리 수준도 못된다. 역사교육이 악용되는 본질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과서만 하더라도 심사만 통과하면 어떤 내용이건 우리나라 청소년 대부분의 머릿속에 구겨 넣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이를 악용하려는 세력은 심사통과에나 신경을 쓰지 필요한 내용을 공정하게 서술하는 데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게 마련이다.

‘심사를 통과한 내용을 두고 트집 잡는다’는 한탄도 별 설득력이 없다. 이는 ‘우리 패거리가 심사과정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자랑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즉 소수의 심사위원이 모든 결정권을 가지게 되는 심사과정에 대해 어느 쪽이던 신뢰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납득할 만큼 공정한 검증과정이 없는 한,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무조건 트집 잡아 압력을 넣는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근현대사는 이권 걸린 집단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각 집단마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가르치고 싶어 하게 마련이다. 그런 집단에게 원론적인 지적이나 하면서 ‘악용하지 말라’는 촉구나 강조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발표자는 발표 중 몇 번이나 ‘불편한 진실’을 말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뻔히 드러난 문제를 지적하는 마당에 이런 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공정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는 멀리 가서 찾을 필요도 없다. 당장 이번 ‘정책토론회’부터가 그렇다. 정말 정책토론을 하고 싶었다면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과목의 반대론자들을 불러 토론을 시키는 게 제대로 된 처사다. 하지만 대부분의 토론자가 역사학계의 인사들이다.

다른 과목이나 다른 입장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되면 이건 ‘정책토론회’가 아니라 ‘역사과목 필수지정 정책 홍보회’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일을 추진하다 보면, 순수하게 역사교육 강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의도와는 달리 또 하나의 사회갈등과 밥그릇 싸움을 부추기게 될 것 같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