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연구회에서 발표된 논문의 신라 짓밟기 부담스런 이야기

2011. 3.19 대우재단 빌딩에서 열린 한국사연구회 280차 연구발표회에서 의미심장한 발표가 있었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최희준 연구원의 「신라 중대 당 사시 영접과 나당관계‘라는 논문이다.

얼핏 평범해보이는 논문이지만, 이 논문의 논지는 현재 포스팅을 하고 있는 ‘신라 깔아 뭉개기’와 직결되는 내용이다. 논문의 내용 대부분은 사실 별로 볼 것이 없다. Ⅱ 장의 내용인 중대의 당 사신 영접 사례는 단순한 사례 나열에 불과하다. Ⅲ장의 영객부로의 개편과 유교적 영접 체계의 도입의 내용도 유교이데올로기 도입과 함께 제도 개편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니 논문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고 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면 논문의 비중은 Ⅳ장에 해당하는 중대 당 사신 영접의 특징과 나당관계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내린 결론이 무엇일까? 핵심적인 내용을 인용해보자.

8세기 이후 일본의 경우 중국의 천하관을 모방하여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성립시켰기 때문에...이를 통하여 당과 동일한 사신 영접 체계를 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대의 신라는 이미 당 중심의 유교적 천하관을 수용하여 스스로를 당의 제후국 지위에 자리매김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당관계에서 일본과는 전혀 다른 입장에 서 있었다. 따라서 신라 중대의 당 사신에 대한 영접은 제후국에서 황제의 사자를 맞이하는 격식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게 무슨 뜻으로 읽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8세기 당시의 신라가 당과 동동한 관계를 가지려 했던 일본에 비하여 스스로 제후국이 될만큼 자주적인 외교를 하지 못한 나라로 인식할 것이다.

물론 이 뒤에 ‘신라가 당 사신을 영접함에 있어서 당의 예전이 정해놓은 법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따위의 말을 붙여놓고 있으나, 앞의 내용에 비하여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 황제와 제후라는 큰 틀을 수용한 상태에서 지엽적인 예법을 따르지 않은 게 동동한 황제임을 자처한 나라와 비교해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신을 맞은 형식만 딱 잘라 적어놓고 나면 읽는 사람 대부분이 신라의 국제적 위상에 대해 오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근대 역사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하지만 오래전 포스팅을 한 바 있듯이, 전근대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중화사상을 반영한 유교이데올로기에 입각한 관념과 현실의 괴리가 컸다. 형식적으로는 명백히 상하관계인 조공-책봉관계를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책봉을 받는 측에서 내정 간섭을 별로 받지 않고 실리를 챙겨가는 구조였다.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단순히 사신 맞는 형식만으로 신라가 제후의 지위를 자초한 것처럼 적어놓으면 일본과 비교가 된 신라를 어떤 나라로 생각할 지는 뻔하다.

이 논문이 당장은 석사학위논문에 불과할 지 모르겠지만, 한국사연구회에서 발표된 이상, 등재(후보)지인 한국사연구에 조만간 게제될 것이고,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권위를 의식하고 이 논문을 참조할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위에서 언급한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바로 식민사학자들이 그렇게 심고 싶어 했던 그 인식 말이다. 고대사 전문가라는 자들이 이런 내용을 연구성과라고 쏟아내고 있으니 솔까역사 같은 자들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민족사학을 저처하는 고려대학의 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원이 한국사연구회 정도되는 학회에 발표하는 논문 수준이 이거밖에 안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덧글

  • 역사관심 2011/03/20 11:10 # 답글

    일본의 천황제성립의 기본 이유를 (그 근본과 저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저렇게 '형식'적인 부분만을 턱하니 싣다니 (바로 일본학자들이 좋아하는 식이죠). 반박논문이라도 누가 내야겠네요 보충논문이나. 저렇게 따지면 고려황실도 황제국으로 강국인가요.
  • ㅋㅋㅋ 2011/03/20 13:17 # 삭제

    역사관심님의 의견에 태클(?)을 거는 것은 아니고 고려가 황제국을 칭할 당시는 국력이나 국제적 위상이 그럴만했지만 일본은 전혀 그렇지않은 한마디로 혼자하는 망상 시체놀이에 불과했다는 것이죠.

    수나라 양광한테 보낸 국서에 일본이 무슨 해뜨는 천자 운운한 걸 가지고 양광이 그냥 미친놈들 헛소리 정도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간걸 보면 잘알수있죠.
    고구려가 자기한테 복종안한다고 그 엄청난 대군으로 여러번 침략했었던 자가 말입니다.
  • ㅋㅋㅋ 2011/03/20 13:13 # 삭제 답글

    저런 자들이 강단에 너무 많습니다.
    식민사학의 잔재가 아직도 너무 깊네요.
    이오공감 올라오셔서 추천해드렸습니다.
    건필, 건승하십시오. 선생님.
  • 슈네이더 2011/03/20 20:57 # 삭제 답글

    이글을 보니 갑자기 중국 CCTV 사극에서 일본이 신라는 지들 속국이라고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눈물 나는 국내외(國內外)현실이네요 ..
  • 슈네이더 2011/03/20 20:59 # 삭제 답글

    저 분들은 고구려의 북위, 남제와의 실리외교도 이상하게 볼 사람들인듯?
  • 미르 2011/03/21 00:43 # 삭제 답글

    저기..그 발표회를 잘 들어셨다면 아시겠지만

    4장의 경우 두 토론자 선생님들께서도 많은 지적을 하셨고,
    발표자도 그러한 지적사항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논지의 정합을 떠나
    그런 발표장 분위기와 토론 내용은 쏙 빼놓고, 발표문의 일부분만 절취한 것은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군요..

    또한 이 글에서는 알 수 없지만, 이 논문의 전체 내용은
    당과의 외교관계에서 신라의 자주성과 독자성에 주목한 것이었는데,
    전혀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것처럼 적어놓으셔서 아쉽습니다.

  • 블레이드 2011/03/21 08:12 #

    신라의 자주성과 독자성에 주목한 논문이라? 참 웃기네요. 포스팅에도 붙여놓았지만, 여기서 신라의 자주성 운운하는 부분은 예법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다는 정도랍니다. 하필이면 일본하고 비교해서 신라가 제후국의 예법을 따랐다고 해놓고 지엽말단적인 데에서 일부 예법따르지 않았다고 자주성 강조한 거라고 변명하네요. 항상 이런 식이죠. 만약 내가 잘못보고 논지 왜곡한 거라면 이 발표에서 신라의 자주성 강조한 부분이 어떤 건지 제시해보라는 겁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겠죠.
  • 블레이드 2011/03/21 08:28 #

    말 나온 김에 한가지 더. 토론자들이 많은 지적했다는데, 토론문에는 이 포스팅에서 언급한 내용 없다. 또 이바닥 하루이틀 있어봤나?우선 한국사연구회 토론 구조가 토론문에 없는 내용 떠들만한 구조가 아니다. 토론자를 일부러 둘씩 붙이는 이유가 충실한 토론시키려고 그랬다는 속없는 소리 말자.
    시간때문에라도 토론문에 없는 말 하기 어렵다. 그리고 토론자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인가? 발표자의 배경 되어주는 사람들 비위건드릴 인간성이 아니다. 필자가 직접 발표장에 돌아보기도 했다. 분위기 짐작못할 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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