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조롱거리 만들 지 말았으면-황산벌 전투 재현 └ 잡글

12.10일 오후 우연히 MBC에서 2010 세계 대 백제전 행사를 녹화로 중계해주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에도 여러번 만들어왔던 황산벌 전투 재현이라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없었다. 사실 그동안에도 이런 재현 치고 제대로 하는 경우를 본 적이 별로 없어 큰 기대를 가지고 본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차례 되풀이 만들어 본 재현이라, 조금이라고 나아지는 모습 정도는 보여주기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면 갈수록 심하게 웃음거리를 만드는 상황을 보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재현 중에 계속 계백을 명장이라고 치켜 올렸다. 그러면서 그런 명장이 목책을 두고도 굳이 딸리는 병력으로 그 밖으로 나와 전투를 벌일 정도의 바보짓을 하는 사람으로 묘사해야 하나? 특히 목책밖에서 포위되어 전멸하는 장면을 보면 감동을 주어야 할 장면에서 실소를 유발하게 될 것 같다.

계백만 바보가 된 게 아니다. 계백 밑의 한 장군이 신라군이 투석기로 돌을 날리니까 ‘화살을 쏴서 반격하자’고 소리 지르는 대사도 있었다. 백제의 장군이라는 자가 활이 투석기 사정거리에 못 미치는 것도 몰랐겠나? 더 접근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계백의 당연한 명령까지 겹쳤으니 그 장군은 정말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김유신은 또 어떻고? 재현 중에 장창단 위주라는 신라의 중군(?)이 백제군에 포위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김유신은 어떻게 지휘를 했기에 주력부대가 깊숙이 들어가 백제군에 포위되게 만들었을까? 신라군 다른 부대는 뭘 하고 있었기에? 그 부대가 후퇴해서 병력을 보존할 수 있을 정도면 타격을 받기 전에 다른 부대가 합류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벌판에서 전투가 벌어졌으니 다른 부대가 접근 못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 이런 장면이 연출된 게 계백이 명장이기 때문이란다.

도대체 누구에게 전투 장면에 대한 자문을 받았기에 저렇게 밖에 못 만드나 싶다. 동원된 엑스트라 규모를 보나, 방송에 여러차례 얼굴 비친 배우를 썼던 점으로 보아 돈깨나 들어간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이와 그런 정도로 돈 들일 거면 좀 자문과 검증을 제대로 해서 만들지 왜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질 떨어지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

눈에 거슬리는 장면은 또 있다. 백제와 신라의 전투를 재현한다면서 여기에 왜 ‘민족의 혼’을 팔아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데나 민족 파는 짓은 이제 좀 지양해야 하지 않나?

길어지는 것 같으니 하나만 더. 참고로 황산벌의 백제군은 거기서 전멸한 것이 아니다. 생존 병력을 수습해 이어졌던 백강 전투에 투입되었다. 관계 기록이 삼국사기 등에 시퍼렇게 남아 있으니 궁금한 분은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벌써 두자리 수 넘게 재현되는 황산벌 전투가 아직까지 기본 사료조차 확인하지 않고 이전의 편견을 답습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 바닥에 있으면 이런 저런 경로로 컨텐츠 만드는 심보를 전해 듣게 된다. 뭔가 제대로 만들어보려는 의욕보다 돈 타내서 주변사람들하고 나누어 먹는 성향이 강한 풍조 같다. 민초들에게 막대한 돈 타내서 만들려면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기를...


덧글

  • 계백후손 2011/06/27 16:15 # 삭제 답글

    세상을 비판과 조롱으로 사는 안타까운 사람아! 그대는 어히하야 그렇게도 슬피사는가!
    눈수술하고 긍정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라!
    스스로 더 망가지기전에.....
  • 블레이드 2011/06/28 08:04 #

    계백이 더 슬퍼할 듯....
  • ㅋㅋㅋ 2011/06/28 12:41 # 삭제

    계백 장군님이 도대체 무슨 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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