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담로(擔魯) 2 └ 역사일반

그러나 이들이 바로 담로였다고 해석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따른다. 우선 금동관모와 금동신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담로로 보아야 한다는 근거부터가 없다. 금동관모나 금동신은 백제계, 심지어 백제의 영향을 받은 지역의 유력자 묘에서는 얼마든지 출토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금동관모와 금동신이 나왔으니까 이게 바로 담로가 파견된 증거’라는 논리부터가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동관모나 금동신이 나왔으니 담로가 지배하던 지역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런 주장에서는 백제에서 왜로 파견되었던 담로로 니치라(日羅)라는 자를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인물과 후나야마 고분군의 금동관모나 금동신을 연결시켜 백제의 담로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도 한참 무리다. 니치라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도 파악하지 않고 만들어낸 논리라고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니치라라는 사람은 이런 인물이다. 6세기 후반 왜의 비다쓰천황(敏達天皇)은 임나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선대(先代)로부터의 숙원을 풀기 위하여 자신을 도와줄 인물을 찾는다. 그 때 선택된 사람이 ‘화위북국조 아리사등(火葦北國造 阿利斯登)의 아들 달솔 니치라’이다.

여기서 ‘달솔’이라는 백제의 벼슬만 보면 당연히 백제인이고 이런 인물이 왜에 파견되어 무슨 일을 했겠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니치라에 대한 일본서기 기록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니치라와 관련된 일본서기 기록을 편집하지 않고 소개해보자면 이렇다. 왜에서는 필요한 인물인 니치라를 불렀다. 그러나 백제에서 니치라를 보내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왜는 백제에 ‘강력하게 명령하여’ 니치라를 소환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왜로 온 니치라는 천황을 만나 이렇게 보고한다. ‘회외궁어우천황(檜隈宮御寓天皇) 때에 우리 주군 오오토모노오무라지 카나무라(大伴金村大連)과 국가를 위하여 바다 밖에 사신으로 갔던 화위북국조 형부채부 아리사등(火葦北國造 刑部靫部 阿利斯登)의 아들 신 달솔 니치라는 천황의 부름을 받고 두려워하며 내조했습니다.’ 여기서 니치라는 백제인이 아니라, 왜에서 백제로 파견되었던 사신의 아들임을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니치라가 왜의 자문에 응하여 말해준 내용을 보자. 그 중에는 ‘유능한 사람을 백제에 보내어 그 국왕을 부르고, 만약 오지 않으면 태좌평(太佐平)⋅왕자 등을 불러야 한다. 그러면 저절로 복종할 마음이 우러나올 것이니, 그런 뒤에 죄를 물으라’든가, ‘백제인들이 쓰쿠시(筑紫)에 나라를 세우려 청하면 들어주는 척하라. 그러면 먼저 여자와 어린이를 보낼 것이니, 복병을 숨겨두었다가 죽여라’는 내용도 있다.

왜를 지배하기 위해 백제에서 파견한 담로라면 이런 짓을 할 턱이 없다. 그래서 결국 백제의 자객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니치라가 이렇게 왜를 위해 백제의 국익을 해칠 일을 골라서 한 인물이라는 점만 알아도 백제의 담로와 연결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니치라와 연결된 후나야마 고분군의 유물도 담로와 연관시킨 해석에서라면 별 의미가 없는 셈이다.

흑치상지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흑치 지역에 봉해진 흑치상지가 백제의 담로였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흑치 지역이 백제의 통제 아래에 있던 영역이어야 한다. 그 래서 인도차이나 캄보디아, 필리핀 같은 지역을 흑치 지역으로 제시해놓고, 일본서기 기록을 이용하여 백제가 이 지역에 진출해 있었던 증거라는 식으로 보았던 것이다. 여기서 근거가 된 일본서기 기록은 이런 것이다.

A.D. 554년 부남(扶南)의 재물과 노 2구를 보냈다. (扶南財物與奴二口)

A.D. 565년 좋은 비단 2필, 탑등(毾㲪) 1령을 보냈다. (奉好錦二匹 毾㲪一領)

A.D. 641년 백제가 백제에 온 곤륜의 사신을 바다에 던져 죽였다. (擲崑崙使於海裏)

(여기서 한 가지 밝혀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방송에는 554년의 기록이라고 소개한 것이 실제로는 543년, 565년 기록은 554년, 641년 기록은 642년의 것으로 확인된다. 기록의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버릇은 여전한 것 같다. )


덧글

  • 공태훈 2010/10/19 16:12 # 답글


    광팔이의 무리들이 이 글을 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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