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 드라마와 역사의 차이 3 └ 잡글

그러니까 이쯤에서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보여주는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이 얼마만큼 다른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50부작에 이르는 드라마 전체를 한정된 지면에서 일일이 다 비교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는 미실의 반란에서 죽음에 이르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보기로 하자.

드라마에서는 미실이 남편 세종, 충직한 부하인 칠숙․석품 등과 함께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으려다 실패해 대야성으로 피신한다. 거기서 본격적인 내전으로 접어들게 될 단계로 갔지만, 신라가 백제의 위협을 받게 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을 한다.

역사 기록과 맞추어 보면 이런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을까? 여기서 미리 해명을 해두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 말하는 역사 기록은 화랑세기를 말한다. 미실이라는 인물이 현재로서는 화랑세기에만 나오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런 화랑세기를 두고 후세의 조작이라는 주장이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억지 주장이 많은 데다가, 설사 조작이라 하더라도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드라마가 이용한 기록과의 차이다. 즉 드라마가 의지한 역사 기록이 화랑세기이므로 어쩔 수 없이 비교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비교해 보면 우선 사실상의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는 미실에 대한 묘사부터 문제다. 사실을 따지자면 드라마 속의 미실은 인간이 아닌 마녀였어야 한다. 미실이 활동했던 연대만 따져 보아도 간단하게 그 점이 드러난다.

미실은 진흥왕과 정을 통하고 사다함과 서로 좋아했다고 한다. 그게 아무리 늦춰 잡아도 560년대 초반이다. 이때의 미실이 십대 후반이었다고 하더라도, 칠숙․석품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던 진평왕 53년인 631년에는 80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된다. 인간이라면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아직도 미모를 간직한 여인일 수는 없다.

또 화랑세기에 나타난 미실은 미색이 뛰어나 여러 남자들이 좋아했던 ‘여자’였다. 미실 자신의 말로도 ‘빈첩(嬪妾)의 도는 색공(色供)에 있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 성향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남자 못지 않은 칼 솜씨를 뽐내며 전장을 누비었다는 기록 따위는 없다. 현실에서 남자 뺨치게 싸움을 잘하는 여자가, 여러 남자가 죽고 못살 정도로 여자로서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런 미실을 못하는 것이 없는 슈퍼우먼으로 변신시킨 게 작가들의 장난이다.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서는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실이라는 인물이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이른바 ‘페미니즘’이 작용하고 있다. ‘남자들을 쥐고 흔드는 강력한 여자’라는 케릭터는 지금 사회에서 남자들과 경쟁하려 하는 여자들에게는 일종의 로망이다. 더욱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의 절대다수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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