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힘의 균형과 임나일본부 10 └식민사학

조상 바보 만들기 2

가야 뿐 아니라 백제 사람들도 웃기는 사람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백제가 ‘전쟁 없이 가야지역을 포섭하려’했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런데 ‘가야연맹제국을 부용(附庸)으로 삼으려는 목적 외에, 신라에 빼앗긴 남가라와 탁기탄 같은 나라들을 다시 빼앗을 욕심이 있었던’ 백제가 ‘전쟁 없이’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부용(附庸)’이라는 뜻부터가 그렇다. 이건 다른 나라를 제 맘대로 부려먹겠다는 뜻이다. 가야인들은 자기 나라가 이런 꼴을 당하게 되는데, 저항 한번 해보지 않고 포섭되려했을까? 또 힘들여 통합을 이룬 신라와 금관가야․탁기탄 등의 나라가 제 욕심 채우자고 강제로 자기들을 분리시키려는 백제에 ‘전쟁 한 번 없이’ 고분고분 따라 주려했을까? 실제로 신라와 가야는 물론, 왜까지도 소극적으로나마 백제의 의도를 무산시키려 엄청 노력했고, 나중에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썼다. 김태식의 주장대로 하자면 백제가 다른 나라들이 이렇게 나올지 예측조차 하지 못하는 나라였다는 말이 된다.

그러고 보니 성왕이 임나를 재건하겠다고 취한 방법도 모자라는 짓만 골라서 한 꼴이 된다. 우선 ‘임나재건’을 추진하려는데, 가야에게 신라의 협조를 받아오라고 시켰다는 사실부터 그렇게 된다.

‘임나재건’이 삼품창영 이래 주장해왔던 대로, 신라에 귀순해버린 금관가야, 탁순 같은 나라들을 다시 분리시키는 것이었다면 신라의 협조와 의사를 확인하려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신라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용납하지 못할 일이다. 그렇다면 성왕은 뻔히 되지도 않을 일에 뻔한 대답 들으려고 가야인들을 신라에 보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공연히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차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인 모임에서도 ‘화장실 가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험한 소리 해대는 생리가 있다. 하물며 국가적인 생존과 이익이 걸린 자리에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권이 걸려 있는데도, 자기 나라가 참석하지 못하는 회담 자체를 싫어한다.

그런데 성왕은 가야에게 신라와 접촉할 것을 재촉했다. 도대체 뭘 기대하고? 성왕이 ‘황제병’에 걸려도 단단히 걸리지 않은 바에야, 자기들끼리 만나서 백제의 덕을 칭송하며 협조를 다짐하는 자리가 되리라고 기대했을까?

이 주장을 한 당사자부터가 가야에서는 신라에게 ‘백제와의 단절 또는 왜와의 교역문제에 신라와의 협조를 제시하였을’ 것이라고 했다. 백제가 없는 자리에서 회담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으리라는 생각은 당연하다. 하지만 백제의 입장에서는 결코 기분 좋을 일이 아니다. 성왕은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가야의 등을 떠민 꼴이 되고 만다.

왜를 끌어들인 이유는 이보다 한 술 더 뜬다. 김태식의 주장에 따르자면, 백제가 임나재건을 추진하면서 끝까지 왜를 끌어들이려 했던 이유가 ‘가야․신라와의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고 했다. 왜를 가야․신라와의 사이에 완충역할로 이용하려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를 끌어들인다고 완충 역할을 해줄까? 세 살배기 어린애도 아닌 독자들에게, 국제관계라는 것은 서로 조금이라도 더 이권을 챙기려고 악다구니치는 속성이 있다는 뻔한 소리를 자꾸 되풀이하게 만든다. 성왕이 그런 어린애 수준밖에 안 되는 인물이 아니라면, 다른 나라 끌어들였을 때 그 나라가 제 욕심 챙기려고 골치 아프게 굴 것이라는 점을 몰랐을까?

실제로 왜는 골치 아프게 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을 깽판 쳐놓는 수준이었다. 성왕이 소집하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도록 앞장을 서지 않나, 가야에 파견된 백제요원을 자기들이 관리하겠다고 나오지 않나, 백제의 입장에서는 속에서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 앞서도 말했듯이, 나중에 오죽했으면 성왕 자신이 ‘그 놈들 소환하라’고 요구했을까. 그런데도 분쟁을 피하려고 왜를 끌어들였다는 말이 나올까?

성왕이 이런 수준으로 일을 처리했을 리는 없다. 결국 이 역시 일본 학계에서 이끄는 대로 임나재건 문제를 끼어 맞추어 해석하려다 보니, 성왕을 비롯한 당시 사람들이 바보짓을 한 것처럼 만들어 놓은 논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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