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산성에서 본 황혼 답사기

백제가 최후를 마친 부소산성은 의미심장한 유적이 많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길을 정말 잘 닦아 놓았습니다. 등산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경사임에도 빠르게 갈 수 있네요. 하지만 이를 뒤집으면 바로 아쉬운 점이 됩니다. 이렇게 편하게 산성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난공불락의 요새였다는 생각이 들 지 의문입니다. 그런 점을 보여줄 만한 유적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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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산성에서 내려다 본 황혼의 금강

그 바람에 백제가 망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헛소리나 다름없는 이야기가 진실처럼 여겨지게 만든 것 같습니다. 삼국사기 등에 남아 있는 기록을 보면 나당연합군이 성을 포위한 상태에서도 성안에 있던 백제 왕족들은 성이 함락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곳은 공략하기 어려운 곳이었지요. 그러한 인식이 사라지고 나자 백제 멸망에 대해서는 황당한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낙화암에서 삼천궁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부터가 그렇습니다. 바로 밑에 있는 고란사 벽화에 그 장면이 그려져 있어,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되새기게 됩니다.

 

고란사에 남아 있는 벽화-현대에 와서 그린 것이 분명한데도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낙화암에 올라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점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우선 낙화암이라는 곳이 상당히 좁은 바위 덩어리입니다. 여기서 벽화에 나온 것처럼 삼천명이 떨어져 죽으려면 하루 종일 떨어져도 될라나 싶네요. 벽화에 그려진 것처럼 쫓아왔던 나당연합군이 있었다면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주었을 리도 없고, 당사자들도 짜증이 나서라도 여기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 죽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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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 본 낙화암

거기에 낙화암이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아래로 떨어져 죽기도 어렵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천궁녀가 있지도 않았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뻔한 거짓말을 사실로 믿고 있네요. 이래서 역사를 이해할 때에는 현지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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