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힘의 균형과 임나일본부 9 └식민사학

조상 바보 만들기

역사학자의 능력이 떨어지면 조상들을 자기 이상의 바보로 만들어놓는 경향이 있다. 제 머리가 모자라니 조상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일을 처리했는지 읽어낼 도리가 없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한 일을 자기 수준에서 해석한다. 그래서 ‘뭐 눈에는 뭐 밖에 안 보인다’는 속담도 있다.

임나재건에 대한 해석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적어도 여기서 하는 주장대로라면 당시 사람들은 대단히 모자라는 사람이 된다.

우선 신라에 귀순해버린 금관가야, 탁순 같은 나라들을 다시 분리시키자는 의도로 ‘임나재건’을 추진했다면, 당시 사람들이 이게 과연 외교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추진했겠느냐는 점부터 생각해보자. 여기서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점은, 금관가야, 탁순 같은 나라들이 제 발로 신라에 귀순해버렸다는 사실이다. 기록의 여러 곳에 이 점을 확인해주는 내용이 나타난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것처럼, 겉으로만 자발적이지 사실상 힘으로 다른 나라를 집어삼켰다면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집어삼킨 나라를 비난하면서 분리․독립을 위해 나서 줄 수 있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좋아서 통합을 결정했다면, 다른 나라들이 ‘다시 갈라서라’고 나서는 게 어떤 의미가 될까?

예를 들어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통일하자고 결정해서 합쳤다 치자. 이 때 일본이나 중국에서 ‘우리 취향에 안 맞으니 다시 갈라서라’고 나왔다면, 남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보면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통합을 주도한 세력의 입장에서는 용납이 안 될 일이다.

백제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평화적으로 통합을 결정한 신라와 금관가야․탁기탄 같은 나라들에 대해 그런 짓을 하려했다는 뜻이다. 그때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고서는 이런 내용을 외교적으로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러고 보면 그때까지 독립국가로 남아 있던 나머지 가야국의 사람들도 참 웃기는 사람들이 되어 버린다. 그들이 신라에게 가야의 독립보장과 탁기탄․남가라․탁순의 반환을 요구했다면 웃기는 사람된다는 얘기다. 이게 무슨 꼴이 될까?

가야의 독립을 보장하라면서, 정작 자기들 뜻으로 신라에 귀순한 나라들은 강제로 분리시켜 달란다. ‘독립’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새겨야 하나? 국어사전에 나오는 뜻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국제정치에 있어서 독립은 자신들의 결정을 존중받는 것은 의미한다. 금관가야․탁기탄 같은 나라들이 자기들 손으로 신라에 통합되는 길을 선택했다면, 그 나라들은 독립국으로서 마지막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나라들을 원상복귀 시키라는 말은 금관가야․탁기탄 같은 나라들의 결정을 철저히 무시하라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고도 오랜 세월 그 나라들과 같은 연맹체 안에 있던 자기들이 결정하는 것은 존중해달라고 할 수 있나? 오히려 ‘우리는 제대로 결정을 못하니 주변에서 우리 일을 처리해 주어야 한다’고 떼를 쓰는 꼴이 되어 버린다.

또 당사자들은 이런 가야국의 태도를 고마워 할까? ‘니들이 뭔데?’라고 나오는 게 정상이다. 그런 나라들 강제로 분리시켜 자기 연맹 소속으로 복귀시키면 협조가 잘도 되겠다. 가야사람들이 이런 정도 생각도 못했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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